독서

단순한 진심

스노우볼지니 2022. 9. 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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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이름을 묻는 사람들, 조해진 장편소설"
나나의 이야기. 35년 전 프랑스로 해외 입양되었고, 파리에서 배우로, 극작가로 살고 있다. 나나가 기억하는 자신의 첫 이름은 문주. 헤어진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되고, 뱃속의 아이를 우주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그는 서영에게서 이메일을 받는다. 나나가 입양되기 전 그를 보호했던 기관사가 지어준 이름인 '문주'를 찾는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다고. 그렇게 문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는 이 책을 독서모임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요  
평소에는 소설을 잘 안 읽는지라 솔직히 읽기 전에는 손이 쉽게 안 갔습니다. 모임 일정이 다가오자 급하게 읽게 되었는데  읽자마자 뒷내용이 궁금해서 중간에 멈출 수 없더라고요. 중간중간 울컥하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혼자 카페에서 눈물을 훔치느라 힘들었어요
작가님의 사실적인 비유와 표현법 때문에 소설 속의 인물들이 느끼는 고독함, 공허함이 책을 뚫고 제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의 근원인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그리고 한없는 사랑을 준 것에 대해 또다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조만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사랑의 표현은 많이 할수록 좋은 거죠




p112

"나나 너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어"
"너는 여러 우연을 거쳐,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로 나와 앙리를 만난 거야, 아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연은 서로 우연에 우연이 겹쳐 아주 힘들게 만난 사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줬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이어진 인연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면 그냥 가벼운 인연이 아닌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있지 않을까요?



p213
먼 미래의 어느 날, 아마도 여느 때보다 깊은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 내 외로움은 노파의 오래된 하루를 빌려 그렇게 완성되어 갈 것이다. 내 것인지 노파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저쪽으로 전가되었다가 다시 이쪽으로 전가되는 실타래 같은 외로움이. 인생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쏜살같이 지나가고 그 밑바닥에 정제되어 남는 건 외롭고 쓰라린 것...
미안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인생이야, 나의 아가.



p234
평소와는 다른 부류의 떨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연희의 몸뿐 아니라 시간을 관통하는 떨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한가운데서 표류하다가 난파된 배처럼 속절없이 수몰되어 가는 한 인간의 몸에서 타전된 떨림..